확률과 인간의 마음

Google play music과 같은 음악 재생 프로그램에는 당신이 여태껏 들었던 음악을 기반으로 재생목록을 만들어주는 기능이 있다. Google play music의 경우 이 기능을 I’m feeling lucky mix라고 한다. 만약 앞서 들었던 음악이 없는 상태에서 이 기능을 이용하면 어떻게 될까? 프로그램은 완전히 랜덤하게 음악을 들려줄 수 밖에 없다. 첫 음악으로 재즈가 나왔다고 하자. 수동으로 음악을 선택하지 않고 계속 I’m feeling lucky mix로만 음악을 듣는다면 점점 재즈만 나올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당신의 취향과 무관하게 말이다!

아주 오래전에 같은 내용의 글을 이전 블로그에 올렸었다. 지금 보면 이것은 카오스 이론에 대한 이야기다. 지프의 법칙과는 연관 짓기 어렵다. 하지만 조금 더 확장해서 생각해 볼 가치가 있는 현상이다.

로또 추첨은 매 회차가 독립시행이다. 앞선 회차의 결과들이 다음 회차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지금까지 36번 공이 많이 뽑혔다고 해서 이번주 토요일에 36이 또 나올 확률이 높아지지 않는다. 우리 주변에도 로또처럼 독립시행인 사건이 많다. 하지만 독립시행 사건에 사람의 마음이 개입하면서 종속시행이 된다. 로또로 치자면 36이 나올수록 36이 또 나올 확률이 점점 높아지게 변한다.

근근이 매출을 유지하는 식당이 방송에 나온 것도 아닌데 갑자기 손님이 많아진다. 손님의 방문이 독립시행에서 종속시행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이전에 왔다간 손님 중 누군가가 다른 사람에게 영향력을 미쳤기 때문이다. 해외여행을 갈 때, 맛집을 검색해서 가보면 온통 한국인 뿐이다. 누군가 우연히 아무곳이나 들렀고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남겼다. 사람들은 식당을 검색하고 이 글을 읽고 또 글을 남긴다.

주식차트도 비슷하다. 과거의 데이터는 미래 주가를 예측하는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하지만 누군가가 ‘이런 패턴일 때는 주가가 떨어진다’라고 한다면, 실제로 그런 패턴이 나타났을 때 사람들은 주가가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해서 주식을 판다. 사람들이 주식을 팔기 때문에 주가도 정말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