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재미

요즘 친구 H군과 함께 영어로 말하고 듣는 연습을 하고 있다.

영어를 잘하는 이 친구는 군대 때문에 한국에 잠시 왔다가 졸업하기 위해 올해 11월에 다시 미국으로 건너갈 예정이다. 나는 H군이 미국가기 전까지 내 영어 연습을 도와주면 합당한 금액을 주겠다고 제안했고, 그는 돈은 됐고 만날때마다 맛있는거나 사달라고 하면서 딜이 성사됐다. 일주일에 세 번정도 만나는데 맛있는 걸로만 먹으러 다니다보니 매번 밥값만으로도 큰 지출이 발생하고 있다. 그래도 시간을 내준 H군이 고마워서 돈은 전혀 아깝지 않다.

영어를 연습하려면 말을 많이 해야한다. 말을 많이 하기 위해서 H군과 만나기 전에 무엇을 얘기할지 주제를 몇 가지 골라서 간다. 내가 준비한 주제라서 내가 더 많이 알고 있고, 자연스레 더 많이 말을 할 수 있다. 대화는 주제만 딱 얘기하고 끝나지 않고 우리만 알고 있는 이야기나 공통의 다른 관심사로 자유롭게 흐른다.

H군과의 영어 대화는 내게 편하다. 내가 틀린 영어를 쓰지 않을지 걱정하지 않고 자연스레 일단 뱉어본다. 내가 어떤 개드립을 쳐도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 걸 알기에 이런 저런 생각을 말로 표현한다. 어떤 단어를 써야할지 모르는 경우엔 듣는 사람이 답답하든 말든 신경쓰지 않고 그 단어의 개념을 풀어서 설명해보려 애쓴다. (이게 더 연습된다는 핑계로 단어는 전혀 외우지 않는다)

나는 말하기보단 듣기를 더 좋아해서 내가 재미있어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다. 그런데 영어 연습을 하면서 말하기와 친해지려 노력해보니 이게 듣는 것만큼 재미있다는 것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