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과 발견

바벨의 도서관이라는 것이 있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소설 제목인데, 이 소설의 배경이기도 하다. 도서관에 있는 모든 책은 각각 400페이지이고, 한 페이지에는 1600자의 글자가 들어있다. 모든 글자는 알파벳(a-z)과 공백( ), 콤마(,), 마침표(.)로만 구성되어 있다. 도서관에는 이 글자들로 조합가능한 모든 책이 나열되어있다. 대부분의 책은 의미없는 쓰레기고, 가치있는 책을 찾기 위해 사람들이 돌아다닌다.

누군가 도서관에서 ‘무한동력 배터리’의 제조법을 찾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 그는 수 많은 책을 살펴봤고 마침내 제조법이 적힌 책을 찾아내었다. 이 제조법을 아직 인류에게 알려지지 않은 것이다. 그는 발명을 한 것일까, 발견을 한 것일까?

이제 도서관 밖을 보자. 누군가 ‘무한동력 배터리’의 제조법을 찾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 그는 무수한 가능성을 열어둔 채 수 많은 실험을 했고 마침내 제조법을 찾아내었다. 이 제조법은 위의 제조법과 같은 것으로 역시 아직 인류에게 알려지지 않은 것이다. 그는 발명을 한 것일까, 발견을 한 것일까?

위의 물음과 아래의 물음에 대한 대답이 다르다면 발명과 발견의 차이는 무엇일까?

여러 가능성 중 무언가 만드는 방법을 찾는 것을 우리는 발명이라 불렀다. 그러나 우리 우주에 존재하는 원자의 종류와 개수는 유한하고, 물리법칙은 불변이다. 즉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유한하다. 도서관의 책들도 일정한 조건 하에 유한한 가능성의 집합이다. 이 책 더미 속에서 무언가 만드는 방법을 찾는 것을 발명이라고 할 수는 없을까?

도서관의 책과 마찬가지로 우리 우주 안에서 어떤 것이 존재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이미 결정되어있다. 우리가 배운게 틀리지 않았다면 현실에서 ‘무한동력 배터리’는 존재할 수 없다. 어떤 실험을 해도 만들 수 없고, 도서관에서 진짜 ‘무한동력 배터리 제조법’는 찾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