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커톤들에 대한 생각

내가 해커톤에 처음 참여한 건 이 분야에서 일을 하는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서였다. 개발 공부를 시작하긴 했지만 주변에 아는 개발자가 없었다. 그래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멘토나 친구를 찾을 수 있는 개발자가 많은 행사를 찾았는데 그게 해커톤이였다.

지금은 다른 개발자들과 함께하면서 영감을 얻고 내가 아직 얼마나 개발을 못하나 자각하기 위해서 간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함께 팀을 이뤄서 짧은 시간 동안 무에서 뭔가를 만들어낸다는건 여전히 재미있다.

해커톤이란 단어가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해커톤 행사도 많아졌다. 그런데 이런 행사들중 진짜 해커톤은 몇 개 없다. 최근 온오프믹스 등에 올라오는 해커톤들은 아래 세 경우중 하나다.

  1. 아이디어 경연 대회 - 정부 부처가 주도한 가짜 해커톤의 경우 산출물은 잘 보지도 않는다. 그저 심사위원들이 본인이 생각하기에 기발한 아이디어면 수상한다. 하지만 전혀 기발하지 않다. 산업에 대한 트렌드나 기술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그들을 심사하는가?

  2. 팀 단위 참가 - 팀 단위로 참가 신청을 받으면서 해커톤이란 이름을 붙히는 행사도 많다. 개인은 참가할 수 없다. 행사 전에 각 팀들이 얼마나 미리 준비 해 오는지 알 수 없다. 팀으로 참가하되 준비를 전혀 해오지 않으면 괜찮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여태 그런 팀을 본 적이 없다. 행사 시간 내에 만들어야한다는 안내가 있지만 대부분 미리 구상하고 전부 만들어 온다. 주최측에서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

  3. 개인 단위 참가지만 이미 팀 존재 - 작년 말 스타트업위크엔드에서 국민대 학생들이 대거 참가했다. 아마 사회자의 추천으로 참가한 듯 싶다. 그들끼리만 두 팀을 이루었고, 다른 참가자가 같이 할 수 있는 여지조차 없었다.

해커톤은 행사 시간 내에 작동 가능한 산출물을 내어야 한다. 행사의 목적이 그게 아니라면 제발 해커톤 대신 다른 이름을 붙혀줬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해커톤이 있다면 계속 참여는 하겠지만 반복적으로 이런 식이면 조만간 흥미가 떨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