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기 치는 원숭이

수 많은 행성들 가운데 지구에 생명체가 생긴 이유는 이 행성이 뭘 잘 했기 때문이 아니다. 우주에는 무수히 많은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 그 중 일부가 우연히 생명을 탄생시킬 수 있는 환경에 있었고, 지구는 그 중 하나일 뿐이다. 우리 인류가 과거에 무언가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에 높은 지능을 가지도록 진화하게 된 것이 아니다. 현생 인류 이전까지 수 많은 돌연변이가 있었고, 높은 지능을 가진 돌연변이가 환경에 더 잘 적응할 수 있었다. 우리는 긴 시간동안 지능 향상 돌연변이가 축적된 결과다.

이런 생각은 백 년 전 ‘무한 원숭이 정리’로 처음 제시되었다. 원숭이에게 타자기를 주고 아무거나 입력하게 시킬 때, 무한한 수의 원숭이와 무한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프랑스 국립 박물관의 모든 책을 정확하게 찍어낼 것임이 거의 확실하다는 정리다. 여기서 ‘거의 확실하다’는 확률의 극한 값이 100%라는 의미다.

‘무한 원숭이 정리’에서 첫 책을 찍어낸 원숭이가 또 다른 책을 찍어낼 확률이 다른 원숭이보다 높을까? 아니다. 최근 세렌디피티(우연한 과학적 발견)의 극대화를 위해 실험실 예산을 어떻게 배분해야하는지를 탐구하는 연구가 있었다. 연구는 모든 실험실에 예산을 골고루 분배했을 때 세렌디피티가 가장 높아진다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무작위로 랜덤하게 배분하는 방법도 답이 아니였고, 과거 성과가 좋은 실험실에 집중해서 배분하는 방법도 답이 아니였다.

시도의 횟수가 무한하면 아주 작은 확률이라도 반드시 발생한다. 시도의 횟수가 적당히만 많아도 평범하지 않은 결과가 발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운을 감지하지 못한다. 결과의 원인을 계속 분석하며 패턴을 찾으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