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인가

물리적으로 무엇을 ‘나’라고 부르는걸까? 먼저 내 신체를 ‘나’라고 부를 수 있겠다. 몸 안에 박은 철심이나 임플란트도 ‘나’에 포함할 수 있는 부분일까? 포스트 아포칼립스 작품들은 신체 일부를 기계로 대체하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다. 만약 팔이나 다리가 하나 없는 신체라고 하더라고 여전히 ‘나’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신체를 조금씩 계속 잘라낼 때 ‘내가 내가 아니게 되어버리는 순간(…)’은 언제일까? 언제까지 나라고 부를 수 있고, 언제부터 내가 아닌걸까? 잘려나간 신체는 더 이상 내가 아닌걸까?

개인의 정체성은 얼굴을 통해 형성된다고 한다. 수술이나 사고로 얼굴이 바뀐 사람은 이전 얼굴에 대해 그리움을 느끼는데, 이 그리움은 타인에 대한 그리움과 완전히 동일하다. 영화 뷰티 인사이드에서 자고 일어나면 모습이 바뀌는 우진은 실제 현실에선 제대로 된 생활을 영위하지 못할 것이다. 본인의 정체성에 대한 이미지를 그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얼굴을 포함한 머리 부분이 ‘나’라고 부를 수 있는 최소한의 영역일까?

좌뇌와 우뇌는 뇌량이라는 부위를 통해 정보를 교환한다. 과거엔 간질 치료를 위해서 이 뇌량을 자르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치료를 받은 사람들은 독특한 경험을 한다. 좌뇌와 우뇌가 각각의 의식이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두 뇌 모두 스스로를 ‘나’이라고 하면서 반대편의 뇌를 ‘나’와는 다른 존재로 여긴다. 뇌량을 자르기 전의 우리의 의식은 어디로 간 것일까? 누가 진짜 나일까?